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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격리기록 # 2 . 아직 격리중

by 릴다 2022. 11. 26.

미국에서 귀국하고 2주간 격리는 대체 어떻게 참았던거지
일주일의 격리기간이 너무 길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ㅠㅠ

가장 고통스러운건 목상태
가래기침이 나오는거야 뭐 감기증상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심한 기침으로 인해서 편도와 목구멍에 난 상처가 구내염처럼 번져서 목안이 다 헐어버렸다. 
침삼킬때 고통인 수준이 아니라 삼킬때마다 칼로 도려내는 수준 ㅠㅠ
요즘들어 입안에 구내염이 나는 횟수가 현저히 떨어져서 이 고통을 잊고 살았는데, 목이 너무 헐어버려서 잊고 살았던 교정할때의 그 구내염의 고통이 되살아났다.....

교정기가 닿는 부분에 구내염이 자주났던데다 교정기때문에 자주 스쳐서 그런지 잘 낫지도 않던 그때, 고통과 우울감에 구내염이나면 열번중 여덟번은 울면서 잠들때가 있었드랬지
그리고 어제 아주 째끔, 눈물이 나더라..........
잠들고서도 문득 깨면 목이 너무아파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침도 못삼키는 고통에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고, 아침이 되어서도 고개만 돌려도 느껴지는 고통에 도무지 이게 사람의 일상이라고는 볼수 없던 탓에 아프고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는 것 ㅎ... 부끄...

화요일인가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해서, 수요일부터 정점을 찍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잠들기전에 그래도 내일은 조금 더 나아서 오늘보다는 덜아프겠지, 라는 생각인데 어쩜 고통은 줄어들 생각을 안하고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기만 했던 것.
결국 어제 피크를 찍고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후레쉬를 켜고 혀를 눌러가며 목구멍과 편도 상태를 봐가며 알보칠을 바르기 시작했다 ㅡㅡ
면봉이 깊숙이까지 잘 닿지도 않는데다, 목 깊은곳이다보니 구역질도 자꾸 나와서 바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잘 발라서 나을정도로 효과가 좋지 못했다는게 함정..... 바를때의 고통은 당연히 말도 못하게 아팠고, 문제는 바르고나서 아프지 말아야할 상처가 바르고나서도 바를때만큼의 고통을 계속해서 줬다는것 ㅠㅠ
이러니 내가 우울하지 않고 배기겠냐고....

그래도 어제 그고생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사정이 좀 나은듯 하다. 물론 오늘 아침에도 침삼킬때마다 목에 칼을 꽂아넣는 기분을 느낄정도로 아프긴 했지만 그나마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먹고싶던 초밥을 남자친구 심부름시켜서 사와 먹기도 했고, 오랜만에 공차 밀크티도 맛있게 먹었으니 기분은 훨씬 업됐다는것. 

그리고 이 고통속에 우울감이 커지던것은 알게모르게 격리되어있어 느껴지는 이 답답함 때문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2주간 격리할땐 시차적응하느라 늦잠자고 친구들이랑 게임도하고 집에서 신나게 뒹굴거리며 놀았지만 이번엔 목이아파서 친구들이랑 게임도 못하고, 대화도 깔깔거리며 쉽게 할 수가 없었던것이다.
이렇게 공간적으로 격리된것도 맞지만 사회적으로까지 격리되어버리니 하루종일 대화라곤 남자친구와 하는게 전부인데다 바깥으로는 한발자국도 못나가니 우울감이 더 심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제 저녁, 수면잠옷을 껴입고 있어서인지 더워져서 열어둔 베란다 창에서 솨아아-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낮엔 분명 비가 올정도로 날이 흐려보이진 않았던것 같은데, 아니면 우울감에 바깥에 관심조차 없었던걸까. 아무튼 바깥을 내다보니 비가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빗소리도 듣고, 문을 열어놓으니 비때문에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집안으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다. 집안 공기가 더웠던데다 어째선지 바람도 생각보다 차지 않았고, 이상하게 비도 들이치지 않아서 마치 한여름밤의 선선한 바람을 쐬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한참을 그렇게 바깥을 쳐다보며 바람을 느꼈다.

아래 내려다보이는 신호등과 몇몇 차들, 비에 젖은 도로가 가로등에 비쳐 반짝거리고 있는게 순간 너무 예뻐보여서,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와 피부에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한참을 창가에 앉아있었다. 마음같아선 우산쓰고 밖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걷다오고 싶었지만 나는 현재 코로나 격리중 ^^....... 

아무튼, 약을 먹어서인지, 알보칠을 발라서인지, 어제 저녁 밖에 나가 산책하고 드라이브하고 온것같은 기분을 느껴서인지 오늘은 비교적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고, 날씨도 어제보단 화창하고 공기가 깨끗해서 답답한 느낌은 훨씬 덜하다.
월요일에 격리가 풀리면 바로 헬스장부터 다시 나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기침을 계속 하는걸 봐선 조금 무리겠구나 싶기도 하다. 기침이 낫는대로 다시 나가야지. 격리 해제되면 동네 산책이나 자주 다니고 카페가서 커피도 마시고 빵도 사오고싶어 힝

밤사진이 도무지 잘나오지 안흔 내폰..... 아이폰 12로는 야간 사진 예쁘게찍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나보다 ㅎ...
노출을 좀 줄였어야 했는데 ㅡㅡ....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 있던 조지아에서처럼 날씨가 새파랗게 깨끗한 오늘 하늘
시원해서 보기좋다. 이런날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파란 하늘에 높은 아파트 건물은 가끔 파란물감을 푼 스케치북에 아파트 스티커를 붙인것처럼 뭔가 어색하고, 그래픽같은 느낌을 준다. 내 눈이 모니터인것처럼 @_@